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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과 인성이 정비례하지는 않지. 자네가 어리석은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것이네. 삶의 목표를 세우고 올바른 마음가짐을 닦아 사회의 바른 구성원으로 자라나야 할 시기에, 승자독식의 처절한 입시경쟁만 치르고 나온 그대가, 그 속에서 승리하고 쟁취만 해온 그대가, 거절이라는, 배제라는, 소유할 수 없다는 철저하게 낯선 그 상황에서 어떻게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겠나?
날카롭게 벼린 칼이 섬뜩한 이유는 칼날에 눈이 없다는 것일세. 그 눈이란 무엇이겠나? 바로 인성이고 철학일세. 과연 그대가 들 수도 있었을 메스만이 칼날인가? 법은 어떠하며, 행정이며 정치권력이며 미디어 권력, 언론은 또 아니 섬뜩하던가.
교육이 가져야 할 진정한 목표는 저런 칼날을 벼리는 것이 아니지. 그것은 언젠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런 것일 뿐이야. 교육의 본질은 그 칼을 어디에 쓸 것인지, 어떻게 쓰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바로 그것일세.
이런 교육을 받아본 바 없는 명문대생의 살인. 자기가 가질 수 없자 장난감을 망가뜨리듯 사람을 죽여버리는 그 천진함. 아, 그 천진함에서 성숙함으로 이끌지 못한 우리의 죄가 아닌가, 싶네.
이보게, 삶이 짧다 해도 매순간은 치열하고, 문득문득 결코 짧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것이 바로 이 삶이란 것이네. 스물다섯. 아, 그대는 아마 살아서 감옥 문을 나서겠지. 아마 지겹게 반복되는 그 안의 일상이 정말 인생을 길다, 느끼게 해 줄지도 모르겠군. 아무튼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사는 방식도 참으로 여러 가지이며, 절대적일 것 같은 어떤 인연도 세월 가면 흘러가버리더군.
그대에게 지식만 밀어넣고 지혜롭게 살아가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은 이 세상을 탓하시게. 이기면 다라고 다그치던 자네의 부모를 탓하시게. 헤어짐도 인연의 하나라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은, 상실은, 무언가를 가진다면 반드시 뒤이어지는 것임을,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배워주지 못한 이 사회를 실컷 탓하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