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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과 공천권이란 무엇?

공천(公薦)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이 합의하여 추천함', '공인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공식적으로 추천하는 일' 등이다. 정치에서 공천이라는 것은 후자다. 그러니까 공직선거(지자체장, 국회의원, 대통령 등의 공직을 뽑는 선거)에서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명한다는 게 적확한 표현일 게다. 왜냐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신이 소속된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탈당을 하지 않는 이상, 출마가 불가능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당은 공천이라는 패를 쥠으로써 현대 우리나라 정치의 핵심적 정치단위가 되었고 당원의 헌신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공천의 뜻에서 정당의 추천이란 결국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겸양의 의미 정도가 아니겠나 싶다.

고착화된 지 오래된 양당체제에서 수권을 여러 번 하며 정치적 인프라, 곧 광범위한 지지층, 정치적 노하우, 체계화된 당내 시스템 따위가 축적된 거대정당의 공천은 선거에서 당락을 떠나 유력한 정치인으로 발돋움하는 하나의 통과의례가 된다. 의회진출을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것이기 이전에 거대 유력정당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런 정당에게 특정 지역은 공천이 곧 당선이란 공식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한 정당의 공천권, 곧 공천심사권은 당을 장악한 계파의 것이며, 또한 장악의 징표로도 되는 것이다. 이런 실정이다보니 공천은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처럼 매혹적이고도 위험한 그 무엇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민주주의 제도 하 정치에서는 다양한 의견 그룹, 계파 따위가 존재한다. 이들은 오월동주일 수도 있고 의리로 뭉친 세대 세력일 수도 있다. 여하튼 이 각양각색의 계파들은 어느 정도의 공생과 수권을 위한 발판 마련을 위해 한 정당 내에 뭉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형성된 계파들은 당내 권력을 장악하고 또 공고히 하기 위해 공천권을 둘러싼 암투를 벌이게 된다. 그래서 당내 계파간 갈등의 시작과 끝에는 거개 공천권, 즉 공천심사권이 있다. 실제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탈당 배경에는 당내 권력투쟁, 곧 공천권을 둔 집안싸움이 기저에 깔려 있다. 보통 공천권을 쥔 현재의 지도부가 본인뿐만이 아니라 자기 계파를 공천에서 홀대할 때 이런 사달이 나곤 한다. 합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개혁신당의 통합 실패의 기저에도 이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권력 암투가 자리하고 있다 하겠다. 공천권은 그 막강함 때문에 당을 결집하게도 또 흩어지게도 하는 양면성을 지녔으니 어찌 악마 사우론의 절대반지와 같지 아니하랴.

총선을 앞두고 공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선이란?

경선이란 사전적 의미로 '둘 이상의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를 이른다. 결국 선거란 선거는 모두 경선이라 할 수 있는데, 단독으로 뉴스나 정치권에서 쓰일 때는 당내 경선만을 가리키는 관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실제 유권자가 대표자를 선출하는 선거는 경선과 구분지어 '본선'이라고 부른다. 경선은 그러니까 당에서 본선으로 가기 위한 자격을 부여받는 시험인 셈이다. 여하튼 경선은 한 지역구에 같은 당에서 입후보하고자 하는 예비후보자가 여럿일 때나 비례대표의 순번을 놓고 당내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당에서 누구를 공천할지 결정하는 절차를 말한다. 보통 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쳐서 정하는데, 요즘은 국민참여 경선이라고 해서 경선인단을 모집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이슈를 만들고 흥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안된 정치 이벤트로 보면 된다. 물론 반영비율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이런 당내 경선은 양날의 검과 같다. 좋은 정책과 인물됨의 차별성으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경선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면 보통 흥행에 성공해 당선권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 반면 흑색선전, 경선인단 매수, 투표조작 등 혼탁한 양상을 보일 경우, 당내 분열은 물론 지지자 분열까지 초래하는 악수가 되기도 한다. 전자 같은 훈훈한 일은 드물고 보통은 눈앞의 상대에게 집중해 이전투구하다가 후자의 모습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같은 당원인 동지와 물고 뜯은 셈이니, 상처는 오롯이 자기 진영의 몫, 부담이 되고 만다.

컷오프는 무슨 뜻?

방송에서는 방송 중인 음악이나 이야기 따위를 중단하는 일을, 물리학에서는 차단을 의미한다. 그러나 정치용어로 가면 정당 내에서 특정인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컷오프는 공천 본심사 이전 단계에서 탈락하는 경우를 이른다. 정당의 공천 관리 시스템은 ①접수, ②면접, ③1차 심사, ④단수공천/경선/전략공천 결정, ⑤2차 심사, ⑥최종 후보 결정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는데, 컷오프의 경우 ③항 1차 심사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 컷오프에서 계파 간의 갈등이 첨예화되는데, 그 이유는 네 번째 단계까지 나아가면 지도부의 공천심사권은 힘을 쓰기 어렵게 되어 있는 시스템구조 때문이다. 2차 심사라는 단계가 남아있지만, 단수나 전략공천은 보통 여섯 번째 단계로 바로 가버리는 것이고, 경선 결과를 거부할 경우 지도부가 져야 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위 공천잡음은 이 1차 심사에서 불거지기 마련이다. 바로 어제(2024년 2월 19일) 더불어민주당의 4선 의원이자, 현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이 탈당한 일도 바로 이 컷오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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