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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비례대표제를 놓고 거대 여당부터 야당, 군소정당 할 것 없이 자기 셈법 갖다 대기에 바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이번 선거에도 준연동형으로 치르겠다고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오는 4월 총선도 치러지게 되었다.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왜냐면 민의라는 것이 지역구에 출마한 대표자 하나로 수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입법부인 국회를 굳이 지역구 의원으로 구성해야 하는가, 하는 데 근본적인 의문이 있기는 하다. 어쨌든, 정당 단위로 정책이 생산되고, 협의해 법안을 통과시키거나 부결시키는 현재의 시스템 상, 비례대표가 지역구 대표로 인해 발생하는 민의 왜곡을 완화하는 제도임은 부정하지 못한다. 그런데 왜 이번에 비례대표제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느냐? 지난번 총선에서 거대 양당이 보여준 꼼수, 위성정당은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연동형,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병립형 비례대표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차례로 비교해 봄으로써 알아보자.
연동형 비례대표제
정당의 득표율에 연동해서 의석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한 정당이 1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전체 의석에서도 그만큼을 가져가게 되는 제도다. 유권자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행사하게 되는데, 우선 정당득표율로 각 정당의 의석수를 나눈 뒤, 배분된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부족할 경우에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운다. 정책이 생산되는 단위가 정당임을 감안할 때,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의 왜곡이 제일 적은 제도로 평가할 만하다. 독일과 뉴질랜드가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지역구 의석이 배정받은 의석보다 많은 경우에도 초과의석으로 의원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독일 연방하원의 의원 수는 늘 유동적이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보자면, 전체 의석이 우리나라처럼 300석인 경우 10%의 지지를 받은 A당은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 10%인 30명을 국회에 보낼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A당이 지역구에서 10명이 이미 뽑혔다면, 이 의석수를 뺀 20석이 비례로 배정되는 것이다.
병립형 비례대표제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선거 결과와는 따로 독립적으로 결산한다. 즉, 우리나라 국회의석 300석 중, 지역구 253석을 제외하면 47석이 비례로 남는데, 이 의석수를 모수로 잡아서 정당득표율로 배분한다는 말이다. 만약 A당이 앞서 예시에서 보았듯, 10%의 정당득표율에, 10명이 지역구에서 당선된 상태로 보자. 그러면 비례대표가 다섯 명이 된다. 47 × 10%=4.7명.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비해 많이 줄어든 의석수다. 지역구가 따로이기 때문에 지역구 10명과 합해 총 15명이 국회로 진출하게 된다. 언뜻 독립적으로 보아 소수정당에 유리한 듯 보일지 모르나 모수가 달라 그렇지 못하다. 연동형에서는 전체 의석수를 모수로 하지만, 병립형에서는 지역구를 제외한 비례의석만을 모수로 하기 때문에 그 수가 외려 줄어드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민의를 심하게 왜곡한다고 볼 수 있다. 전국적으로 1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실제 의석수에서는 5%밖에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2019년 12월 27일에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으로 통과된 비례대표 배분 방법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례대표는 47명을 선출한다. 이중 30명은 연동형으로, 17명은 병립형으로 선출하는 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요체다. 이전까지는 앞서 서술할 병립형 비례대표제였다. 병립과 연동을 혼합한 비례대표제로 통칭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부른다. 아래 공식으로 특징을 살펴보자.
{(국회의원 정수 - 의석 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수) ×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비율 - 해당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수} ÷ 2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밑줄 친 '의석 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 수'가 대체 무얼까? 무소속 당선자와 극소정당(정당득표율 3% 미만, 지역구 5석 미만 정당) 당선자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계산의 편의를 위해 무소속 당선자와 극소수 정당 당선자는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이런 상황에서 A당이 정당 투표에서 10%를 얻었다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국회의원 전체 300명 중에 10%인 서른 명을 국회에 보낼 수 있었다. 지역구에서 A당이 이미 10명이 뽑혔다면, 이 숫자를 뺀 나머지만큼을 비례대표 의원이 되었을 것이다. 즉 이런 경우 비례대표가 스무 명이 되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같다. 준연동형에서는 이 스물을 반으로 나눈다. 즉, 위 A정당의 경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에서 비례대표는 10석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개선된 연동형으로 선출된 국회의원 수가 30명을 밑돌 거나 초과할 경우다. 구체적인 조정법은 위키백과 링크로 대신한다.(여기서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17명은 앞서 설명한 병립형으로 계산한다. 즉 10%의 정당득표율을 기록한 A당은 1.7명으로 2명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하게 된다.
비례대표제 비교 결론
앞서 살펴보았듯이 10%의 지지율을 기록한 정당이 5%의 의석밖에 가져가지 못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민의를 심하게 왜곡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도입한 제도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하지만 아주 허술한 제도임이 금세 드러난다.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 꼼수가 바로 그것이다. 왜 이런 어정쩡한 제도가 생겼는지 능히 그들의 셈법을 알 만하다. 국민들은 이 틈이 소수정당들의 활로라 여겼고 민의 왜곡이라는 부패를 막는 바람구멍이라 여겼는데 말이다. 지금도 그 얄팍한 막장 드라마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안타깝다. 민의를 어떻게 제대로 반영하는가가 실제 관건인 것이 투표요, 선거라고 보았을 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이제 명분을 잃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솔직한 필자의 심정을 덧붙이며 긴 글, 맺는다.